기업銀, '돈가뭄' 中企에 납품계약만으로 대출
▣ 중소기업들은 현재 어느 때보다 호된 시련기를 보내고 있다. 은행 등 금융기관 들이 급격히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줄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. 신기술을 개발 하고 대기업에서 납품 계약을 따내고도 담보가 없거나 과거 영업실적이 나쁘다 는 이유로 자금조달을 못하기 일쑤다. 시중에 돈은 풍성한데 중소기업은 돈가 뭄에 허덕이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다.
기업은행 '네트워크론'은 이 같은 중소기업 어려움을 극복하는 차원에서 탄생 한 신상품이다.
네트워크론을 개발한 실무 주역인 정관영 상품개발부 과장은 "네트워크론이 나 오기 전까지 납품 주문서는 계약상 이행 의무만을 명시했을 뿐 대기업과 납품 업체 당사자간에 법률적인 채권ㆍ채무 관계가 발생한 것이 아니어서 이를 근거 로 대출을 해주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"고 말한다.
정 과장 등 상품개발부 직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경 기지역 공단에 있는 중소기업들을 일일이 방문해 납품계약서만으로도 금융지원 을 해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. 그리고 1개월여 동안 실시한 현 장 조사를 바탕으로 6월부터 상품 설계에 들어갔다.
수많은 반복 계산과 업체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드디어 지난해 8월 네트워크론 이 금융 시장에 첫 모습을 보였고 대기업은 물론 이들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반 응은 기대 이상이었다.
도입 6개월여 만인 지난 2월까지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한전 등 373개 대기 업과 이들과 거래하는 1280개 납품 중소기업들이 네트워크론 혜택을 받게 됐다 . 이들 중소기업에 나간 자금지원 규모도 1878억원에 이른다.
기업은행이 네트워크론을 도입하는 데는 나름대로 목적이 있었다.
정 과장은 "경기침체로 남품대금 회수기간이 길어지고, 이 때문에 재무구조가 나빠진 중소기업이 최악 상황을 맞고 있다. 중소기업 경영개선에는 무엇보다 자금조달이라는 절체절명의 통로가 필요했고, 이들이 살아야 은행도 산다는 인 식이 있었다"고 분석했다.
네트워크론 기본원리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. 기존 기업대출처럼 매출채권이 나 부동산 등 법률적으로 인정되는 담보가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자금결 제 내용에 근거해 금융지원을 하는 구조로 짜여졌다.
필요한 것은 이 같은 지속적 관계를 입증할 납품계약서. 이 계약서를 근거로 자금을 지원받은 중소기업은 납품계약서에 따라 생산을 하고 실제 납품을 완료 한 뒤 대기업측에서 받은 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면 된다.
정 과장은 "중소기업은 납품계약과 동시에 생산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 생산 과 납품 대금 회수 과정에서 오랜 시간 겪어야 할 자금난을 덜 수 있게 됐다" 고 설명한다.
네트워크론을 제공한 은행으로서도 납품계약에서부터 자금 결제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 거래 흐름을 실시간대로 파악할 수 있어 위험관리가 가능해졌다는 이 점이 있다.
업체당 자금지원 규모면에서 네트워크론은 기존 기업대출 상품을 능가한다. 기 존 상품은 매출액 대비 4분의 1이나 3분의 1 범위에서 대출약정 한도를 정해 지원하는 데 비해 네트워크론은 매출액 대비 2분의 1 범위에서 지원을 한다. 보증한도 역시 기존 상품은 매출액 대비 4분의 1 범위지만 네트워크론은 매출 액 대비 2분의 1까지다.
이자 부담이 낮아진 점도 빼놓을 수 없다. 정 과장은 "기존 대출 상품 평균 금 리인 연 7%(2004년 12월 말 기준)보다 1.5~2%포인트나 낮은 우대 금리를 네트 워크론에 적용하고 있다"고 말했다. 네트워크론을 위한 신용보증료도 0.2%포인 트 낮다.
네트워크론이 중소기업과 거래하는 대기업, 관련 신용보증기관, 은행에 끼친 긍정적 효과도 크다.
납품을 받는 대기업은 전자어음결제나 구매카드 제도와 같은 별도 자금 조달이 없어도 네트워크론을 통해 납품 대금을 지급하는 간접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 게 됐다.
신용보증기관도 신용도가 높은 새로운 보증시장 영역을 개척했다고 볼 수 있다 . 물론 네트워크론에도 일부 취약점은 있다. 납품계약서만으로도 즉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많은 영세 중소기업이 네트워크론 장벽이 여전 히 높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.
납품계약서로만 자금을 신청할 수 있는 은행승인을 따기까지는 사전에 일반 대 출과 똑같은 신용평가와 서류절차를 밟아야 할 뿐만 아니라 대기업 추천까지 필요하다. 네트워크론 제휴를 한 대기업의 적극적인 협력도 필요한 요소다.
기업은행 관계자는 "일단 대기업측에서 명단을 넘겨받아 해당 지역 점포로 하 여금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고 있으나 추천을 하는 대기업 근거자료가 부실한 실정"이라며 "대기업이 해당 중소기업에 이 제도 취지를 상세히 설명하는 정성 이 무엇보다 필요하다"고 지적했다.
<< 자료출처: 매일경제, 2005. 3. 10>>